-연아양을 위한, 연아양의 의한, 연아양의 뮤지컬-
2013 ISU 피겨 세계선수권 리뷰
이번 세계선수권을 지켜보며 느낀 저의 감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바로 지금 제가 남기는 글의 제목이 될 것 같습니다.
연아양을 위한, 연아양에 의한, 연아양의 뮤지컬.
물론 이러한 뜬금없는(?) 엔딩은
본래의 주최자인 ISU의 계획도, 스텝이면서도 무대에 올라서
선수대신 주연 자리를 꿰차려 했던 심판들의 계획도 아니었습니다만,
오로지 실력 하나만으로 잡음이 일어날 수 있던 상황을 갈아엎어
각본을 다시 쓰고 역사에 길이 남을 명연기를 펼쳐
모든 문제를 해결해버린 연아양 덕분에
2013년도 ISU 피겨 세계선수권은, 그 이름값에 걸맞는
아름다운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게 되었지요.
그럼, 슬슬 리뷰를 시작해 볼까요?
서곡(Overture) : Les Miserables.
때는 바야흐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연아양의 컴피티션 불참으로 인해,
불멸의 프리마돈나가 사라진 피겨라는 뮤지컬의 무대 위에선
연아양의 뒤를 이을, 새로운 프리마돈나의 자리를 놓고,
고만고만한 실력을 가진 불쌍한 사람들이 그저 그런 노래를 부르며
관객이 없는 무대 위에서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연아양이 연습하는 장면을 보기 위해 몰려든 관객들보다도
적은 숫자의 관객을 놓고 치러진
2012년 세계선수권, 그랑프리 파이널,
목각인형들 같은 관객들 앞에서 연기를 펼쳐야 했던
2013년 도쿄의 4대륙까지....
연아양이 사라진 피겨라는 뮤지컬의 객석은
한적하다 못해 쓸쓸하기까지 했지요.
하지만 연아양을 제외한 선수들과 심판들,
그리고 ISU는 나름 행복했습니다.
이제껏 그들이 해왔던 대로, 무대 위의 공연이야 어찌되었건
서로가 가진 실력이 아닌 실력 이외의 힘을 의지하여
관객들과는 무관한 무대 뒷편의 싸움을 벌이면 그만이었으니까요.
그때, 극장을 떠나있던 관객들에게는, 너무나도 반가운
관객 이외의 사람들에겐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려옵니다.
바로 연아양의 컴피티션 복귀 선언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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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넘버(Openning Number) : Building The BarriCade.
연아양 스스로가 그 추한 뒷모습을 가장 잘 아는
피겨라는 뮤지컬 무대에 연아양이 돌아온 이유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후배들에게,
올림픽 출전의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였고,
또한 팬들에게는 연아양의 은퇴 이후 잊혀져가던,
피겨가 가진 진정한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기 위해서였으며,
연아양 스스로는 선수로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짓기 위해
다시 한 번 올림픽 무대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연아양이 돌아왔다고 해도...
프랑스 혁명 당시,
자유, 평등, 박애를 부르짖는 시민들 앞을 막아섰던
강력한 정부군의 총병들의 총구와 같은,
연아양 혼자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강력한 연맹의 힘에 맞설
바리케이트가 필요했던 연아양...
결국 연아양은 뱀파이어의 키스, 레 미제라블이라는
이제까지 자신이 펼쳐온 모든 프로그램을 넘어서는
강력한 두개의 프로그램으로 바리케이트를 치고,
그 뒤에 그녀의 복귀를 간절히 기다려왔던,
미약하나마 그녀의 힘이 되어줄 만 한 각국의 피겨 해설자, 레전드,
그리고 기자들과 같은 피겨에 관계된 인물들과...
그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연아양에게 이끌려 나온
전 세계의 연아양의 팬들을 향해 노래를 부르며 손짓을 합니다.
<싸움은 시작되었다, 이리 모이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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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션 넘버(Production Number) : The Kiss of Vampier
연아양은 컴피티션을 쉬었을 뿐, 사실
완전히 피겨를 떠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비록 그녀가 가진 힘을 최대한 발휘하여,
평창 올림픽 유치라거나 스페셜 동계올림픽 홍보대사등,
피겨 외의 외적인 활동들에 집중하면서도,
꾸준히 아이스쇼를 열어 팬들과의 소통을 잊지 않았고
무엇보다, 빙판 위에서의 연습을 쉬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세계선수권 출전을 위한 최저 기술점 확보를 목표로 하고 참가했던
독일의 NRW대회에서, 복귀 하자마자 200점을 넘는 점수로 우승할 수 있었고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했던 67회 코리아 내셔널에서도, 210점대의 기록으로
마지막 국내대회에서, 프리 스케이팅 클린이라는 성과를 거두며
팬들에게 너무나도 멋진 추억을 선물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그러한 그녀의 모습들은,
그녀의 컴피티션 불참 이후
자기들 끼리의 고만고만한 경쟁을 하고 있던 선수들과,
ISU를 비롯한 심판진들에게, 크나큰 고민을 안깁니다.
은퇴한지 2년이나 된 선수가 복귀하자마자
올림픽 직전시즌의 월드 챔피언을 가져가게 된다면
그것은 연아양 이후에도 꾸준히 경쟁을 해온 선수들 자신과,
피겨계 전체에 먹칠을 하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피겨는 스포츠다. 피겨에도 경쟁이 있어야 한다.
피겨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인, 아름다움을 생략한 그들의 논리는
결국 오만과 독선으로 이어지고,
연아양의 발목을 잡을 무서운 계획이
ISU와 각국의 피겨 연맹, 그리고 심판진들에 의해 시작됩니다.
각종 룰 개정을 통한 연아양과 타 선수의 격차 좁히기,
스폰서와 연맹의 힘을 이용한 무언의 압력.
그리고 그 결과는, 연아양의 <완벽한 클린 연기>인
쇼트 프로그램 뱀파이어의 키스에 대한 점수 장난질로 나타납니다.
<각국의 해설자들이 극찬했으나, 69.97이란 점수만 얻은 연아양의 뱀파이어의 키스>
연아양의 쇼트 프로그램이 끝난 직후, 각국 해설자들은 난리가 납니다.
참으로 오랫만에 보는 피겨다운 피겨 연기.
조금 오래 피겨를 지켜봐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있는,
추악한 무대 뒷편의 싸움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도 사람들이 피겨의 팬으로 남는지를 보여주는 작품.
연아양의 은퇴 이후로는 그 누구에게서도,
어떤 프로그램에서도 만날 수 없었기에
관객들이 그토록 바래왔던,
아름다운 연기를 연아양이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연아양의 연기가 받은 점수는,
아름다운 연기만큼의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아름다웠지만 고작69.97이란 점수밖에 얻지 못한 뱀파이어의 키스 프로토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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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연주(Reprise) : Who Am I
심판들의 장난질 이후, 연아양의 표정은 살짝 일그러집니다.
그리고 그 몇배만큼, 각국 기자들과 각국의 해설진, 레전드,
그리고 전 세계의 연아양의 팬들의 얼굴도 일그러지죠.
그리고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그들이 그 순간, 해야했던 일은,
연아양의 펼쳐낸 아름다운 연기에
단순하게 감동받고 즐거워 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그 값어치에 걸맞는 정당한 점수를 연아양에게 되돌려 주는 일이란 것을
모두들 너무나도 확실히 깨달았기 때문이죠.
그들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누구인가(Who Am I)
나는 피겨를 아끼고 사랑하는, 피겨의 팬이다.
피겨의 팬이라면, 이런 일을 묵과해선 안된다.
더 이상은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정부군 병사들의 총구가 무서워 바리케이트 뒷편에 숨어있다,
한 노인과 한 소년의 죽음을 계기로 분연히 일어났던 레미제라블 속의 시민군처럼
전 세계 방송국과 유력 일간지의 피겨 전문 기자들, 레전드들,
그리고 가장 큰 힘이 되는, 피겨의 팬들....
그들은 일어나서 한 목소리로 정당한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최소한 10점은 더 받아야 할 연기였다.>
<연아양의 플립은 롱엣지가 아니다, 플립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심판들이 연아양에게 들이대는 잣대와 타 선수를 대하는 잣대가 다르다.>
평상시라면 절대로 거론되지 않을 말들까지도 거침없이 쏟아내가며
전 세계의 피겨 팬들과 관계자들이, 연아양과 타 선수들에 대해,
너무나도 다른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ISU와 심판들의 행태를 비판합니다.
그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단 하나의 이름,
피겨 그 자체인 연아양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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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Aria) : I Dreamed a Dream.
심판들의 장난질에 가장 분노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연아양 바로 자신이었습니다.
연아양의 팬들, 피겨라는 뮤지컬을 사랑하는 관객들,
그 모두들이 아름다운 연아양의 연기에 넋을 잃고, 잊어버리곤 하지만
피겨는 아름다움을 겨루는 스포츠이자 예술이며,
연아양은 현재 피겨를 대표하는,
운동선수이자 예술가 입니다.
자신의 작품을 평가절하하는 것만큼 예술가를 화나게 하는 일은 없으며
자신의 경기를 무가치한 것으로 만드는 것만큼
운동선수를 화나게 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연아양은,
단순하게 순간의 감정에 사로잡혀 판단을 그르치는
2류의 운동선수나 예술가가 아니지요.
그녀는 일류중에서도 초일류 답게,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무기,
프리 프로그램인 레 미제라블을 더더욱 완벽하게 갈고닦습니다.
I Dreamed a Dream.
본래는 팡틴이 아름답고 즐거웠던 날들을 회상하며 부르는 노래...
비록 꿈이 있다해도, 팡틴은 무력하게 그리워 할뿐이었지만,
연아양은 팡틴과는 달랐지요.
정직한 노력이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면,
그 꿈을 현실로 바꾸어버리면 된다.
비겁한 수단이 아닌, 정직한 노력을 통해서 길러낸 실력으로서.
그리고 연아양은, 자신이 꾸어왔던 아름다운 꿈을,
현실로 바꾸어서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연아양에 의한, 연아양을 위한, 연아양의 뮤지컬, 레미제라블>
연아양은, 그녀만이 가진 힘으로,
꿈을 현실로 바꾸어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듯 한 아름다움.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마치 그녀의 감정이 그대로 녹아든 듯한
연아양에 의한, 연아양을 위한, 연아양의.....
그녀만의 뮤지컬, 레미제라블.
어떻게든 그녀를 깎아내리려 애썼던 심판들조차 기립박수를 치게 만들고
구성점수표에 10점이라는 점수를 새기게 만든 프로그램.
<10점 만점을 기록한, 레미제라블의 구성점수들>
올림픽을 대비한 포디움 순위가 어떻고,
각 국의 올림픽 출전권을 어찌 나누고....
그러한 ISU와 연맹들의 힘대결을,
한순간 무가치한 싸움으로 바꾸어 버리고,
전 세계의 피겨 팬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하나,
피겨의 아름다움, 그 끝을 보여주는.....
진정한 피겨 여왕의 귀환이었다는 것.
그것을 보여준 연아양의 뮤지컬, 레미제라블.
이것이 바로
비극으로 시작하여 블랙 코미디를 거쳐
결국엔 연아양이 자신의 힘으로 모든 것을 뒤집고
전 세계의 피겨 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
연아양에게 있어서 마지막 세계선수권,
2013년 ISU 피겨 세계선수권이란 이름의 뮤지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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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 콜(Curtain Call) : On My Own
이제 조금있으면, 세계선수권의 갈라쇼가 시작되는군요.
모든 경기가 끝나고 긴장이 풀리자, 힘이 빠지면서도
늘어지는 몸을 이렇게 붙잡고 있는 것은,
바로 연아양의 갈라쇼를 구경하기 위해서겠죠.
어떤 프로그램 일까요??^ㅡ^
연아양의 여성팬들의 로망 래리어빠?
연아양의 남성팬들의 로망 피버아낙?
둘 다 아니라면 순수함의 극치 연아델?
이런 것을 고민할 수 있다니, 참으로 행복한 시간입니다^ㅡ^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우리에게 선물해준 연아양,
다시한 번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연아양.
-Tomorrow Comes!!-
-F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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